정신분석 리뷰
S. 프로이트 : 애도와 우울증_2
자연스런 애도와 병리적인 우울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가.
사랑하는 대상이나 가치를 상실하거나 실망했을 때 사람들은 보통 세상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없어지고, 행동이 억압 혹은 억제되며, 다른 대상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지고, 상실한 대상에게만 관심이 몰두되며, 잃어버린 대상에 대한 슬픔으로 좌절하고 고통을 느낀다. 자연스런 애도과정은 시간이 흐르면서 완강한 슬픔과 고통이 자리했던 곳에 세상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싹트고 상실한 대상을 마음에 간직하면서도 그를 대체할 다른 대상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차차 생겨나기 시작한다.
자연스런 애도과정을 밟지 못하고 우울증으로 들어서는 결정적인 관건은 자기비난과 자기비하이다. 세상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없어지고 무력하고 좌절스러운 것은 자연스런 애도반응과 우울증 모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우울증은 거기에 더하여 스스로 혹독하게 처벌받기를 원하는 갈망을 느낄만큼 극심한 자기비난과 자기비하가 추가되어 자존감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데, 이는 자연스런 애도과정에서는 볼 수 없는 상태이다. 무겁디 무거운 중력의 영이 이끄는 바닥으로, 끝모를 자기비하의 늪속으로 추락해서 허우적대는 상태. 시간이 흘러도 그 상태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대상에 대한 흥미로 대체되지 않고 병리적인 우울상태로 남는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자연스런 애도과정은 의식적인 것에 가깝고, 병리적인 애도과정 즉, 우울증은 "자신이 상실한 대상을 의식적으로 자각할 수 없기 때문에" 무의식과 더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애도상태에서 빈곤하고 공허해지는 것은 외부세상이지만, 우울증에서 빈곤하고 공허해지는 것은 자아 그 자체이다." 자연스런 애도과정에서 외부세상은 빈곤함이 조금씩 채워져가지만, 병리적인 우울증에서 빈곤하고 공허해진 자아는 위축되기를 거듭하다가 결국 0이 되는 지점을 향해 나아간다. 자기가 없어지는 편이 세상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확신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리딩 프로이트> 241-242p, 장-미셸 키노도즈 지음, PIP정신분석연구소 옮김, 도서출판 NUN, 2011
*<정신분석학의 근본개념-프로이트 전집11> 250p, 윤희기, 박찬부 옮김, 열린책들,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