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성격의 원시적 방어기제5--전능통제

전능통제(omnipotent control) 방어는 타인에 대한 불신이 강한 경계선 성격의 내담자들이 상담 초기에 나타내는 방어이다. 타인과 친밀해지고 싶은 갈망에 굴복하게 되면 거절당하거나, 버림받거나, 이용당하거나, 굴욕당하거나, 학대당하게 될 거라는 무의식적인 신념 때문에 치료에 도움을 받으러 왔지만 쉬지 않고 말함으로써 회기를 독점하고 치료자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한다. 타인이 자신의 삶에 의미 있는 대상이 되지 못하게 하며, 타인의 깊이나 개별성을 없애버리며, 타인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낄 때만 안전하다고 느낀다. 거만하고 독점적이고 평가절하하고 거부적이고 비공감적으로 굴면서 결국 타인이 떠나고 싶도록 만든다. 

갓 태어난 아기는 자신이 추우면 양육자가 그걸 알고 따뜻하게 해주었다고 여기지 않고 자기 스스로 따뜻함을 만들어냈다는 마술적인 생각을 가진다. 아기들의 일차적 자기중심성은 세상과 자기를 하나라고 느끼며, 바깥 세상의 대상이 자기를 통제하고 있다는 인식은 아직 없다. 자기가 바깥 세상에 영향을 끼치고 힘을 행사하고 세상을 통제한다는 느낌은 유아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정싱적이며, 차츰 성장해질수록 양육자가 전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더 자라면 자신의 힘도 타인의 힘도 무한하지 않다는 현실을 경험하면서 타협하는 성인이 된다.   

그러나 자기의 힘이 전능해서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거나 혹은 양육자가 전능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을 온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발달과정상의 착각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유아기에 제공되지 않았다면, 성인이 되어서 다른 윤리적인 관심사는 제쳐두고 자신의 전능성을 휘두르는 느낌을 추구하거나 즐기는 성격으로 구조화될 수 있는데 이를 반사회적 성격이라고 부른다. 반사회적 성격은 대부분 범죄자라고 생각하지만 법을 거의 어기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 전능통제 방어를 일차적으로 사용하면서 타인을 조종(manipulation)하고 불안을 회피하고 자존감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꽤 많다.

이들은 타인을 이겨먹는 것을 핵심적인 집작이자 쾌락으로 여긴다.  교묘한 책략을 사용하고, 자극과 위험을 좋아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느끼고 싶은 중심적인 목표 이외에 다른 관심사는 하위에 둔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사업, 정치, 군사, 정보기관, 일부 세일즈 업체, 사이비 종교 등 극단적인 종교집단, 광고 및 연예 산업 등등 원초적 권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각양각색의 직업군에서 책임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 중에 많이 포진해 있다.   



--경계선 내담자를 위한 전이초점 심리치료 입문 A Primer of Transference-Focused Psychotherapy, Frank E. Yeomans, John F. Clarkin, Otto F. Kernberg 공저, 윤순임 외 공역, 학지사, 2013
--정신분석적 진단: 성격구조의 이해 Psychoanalytic Diagnosis, Nancy McWilliams 저, 정남운,이기련 공역, 학지사, 2015